
“기술이 아니라 사고 방식이 중요하다”
여행을 떠나기 전 우리는 분주해진다. 어떤 옷을 입을지, 무엇을 챙길지, 먹고 싶은 것, 하고 싶은 목록을 만들기도 한다. 그런데 만약 여행의 목적지를 정하지 않았다면 어떨까? 준비로 분주해 보이지만 정작 중요한 목적지가 없다. 요즘 우리가 AI를 대하는 태도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새롭게 등장하는 AI 도구를 배우는 일은 분명히 필요하다. 하지만 신기술이 나올 때마다 따라가는 방식은 오래 지속될 수 없다. 개인이든 기업이든 결국 중요한 질문은 하나다. “어디에, 왜, 무엇을 위해 AI를 쓰는가?” 목적지가 정해지지 않은 여행은 출발조차 할 수 없듯이, 목적 없는 AI의 학습이나 AI의 활용 역시 원하는 바를 이룰 수는 없다.
인간의 의사결정의 흐름은 비교적 명확한 구조를 가진다. 먼저 목적이 있고, 이를 위해 과거의 경험과 축적된 기억을 떠올린다. 동시에 내가 경험하지 못한 영역은 검색과 탐색을 통해 보완한다. 기억과 서치를 통해 정보를 모으고, 이를 분석해 가설을 세우고 그에 따라 여러 대안을 세운다. 마지막으로 검증을 거쳐 하나의 의사결정에 도달한다. 이것이 우리가 일상과 비즈니스에서 반복해 온 의사결정 사고의 흐름이다.
이 모든 과정을 AI에게 전부 맡길 수 있을까? 기술적으로 가능해 보일 수는 있다. 그러나 책임을 지지 않는 AI에게 최종 판단까지 위임하려는 사람은 많지 않다. 결국 결정의 무게는 인간에게 남는다.
그래서 내가 제안하고 싶은 방식은 이렇다. 목적지가 정해졌다면, 사고 과정 중 가장 단순하고 반복적이거나 쉽게 망각되는 부분, 감정이 작용해 쉽게 원칙을 적용하지 못하는 판단 부분 중 가장 필요한 부분에 AI를 활용하자는 것이다. 예를 들어 자료 정리, 대안 확장, 시나리오 비교 중 나에게 가장 약한 고리이거나 효율이 높은 영역에서 AI를 활용하는 것이다. 이는 AI에 휘둘리는 것이 아니라, 내 사고 구조 속에서 필요한 역할을 AI가 맡아 보완해 주는 방식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AI를 잘 쓰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최신 기술을 가장 빨리 아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사고 과정을 이해하고, 그중 어디에 AI를 써야 하는지 명확히 아는 사람들이다. 기술은 수단일 뿐이고, 방향과 책임은 여전히 인간의 몫이다.
이 철학은 “Palantir”라는 기업이 스스로를 ‘기술 회사가 아니라 문제 해결 회사’라고 정의하는 이유와도 맞닿아 있다. 그들은 AI를 목적으로 삼지 않는다. 수단으로 AI를 바라보며, 그래서 목적에 따라 필요한 지점에만 AI를 한 수단으로 배치하고, 연결된 구조 속에서 AI가 의미를 가지며 인간의 의사결정을 돕는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그들을 단순한 데이터 플랫폼 기업 또는 AI 기업이 아니라, 최고의 문제 해결 솔루션 기업으로 평가하고 있다.
AI의 시대에 중요한 것은 더 많은 도구가 아니라, 더 분명한 목적과 사고의 구조를 이해하는 것이다. 여행이 목적지에서 완성되듯, AI 활용 역시 사고의 방향이 정해질 때 비로소 의미를 갖는다.
(2회_ AI는 개인의 경쟁력을 어떻게 바꾸고 있는가?)

권혁민은 ‘패션 AI 기업 F&PLUS’ 대표로, 상하이·화동 한국IT기업협의회 AI위원장을 맡고 있다. F&PLUS는 AI를 활용해 패션 트렌드 예측 솔루션을 플랫폼으로 제공하는 서비스 기업이다. 권혁민 대표는 기업과 대중을 대상으로 한 AI 강연과 코칭을 통해 인공지능이 실제 업무와 일상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돕는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kinghm10@naver.com
상하이저널에 연재되는 AI/IT 분야 칼럼은 2026년 미래 비즈니스의 나침반 역할을 할 것입니다. 상하이·화동 한국IT기업협의회는 급변하는 중국 IT 기술 트렌드를 분석하고 한국기업과 교민 사회에 실질적인 비즈니스 통찰력을 제공하여 한중 기술 협력의 가교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