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박근혜 대통령의 중국 방문이 있었다. 당시 박근혜 대통령은 칭화대(清华大学)에서 연설을 했었는데, 그때 한 여성이 박근혜에게 귀중한 선물을 전했다. 그것은 바로 서예 작품 족자. 그것도 단순한 서예 작품 족자가 아닌 중국 현대 철학의 대가인 펑유란(冯友兰)의 작품이었다. 평소 펑요란의 작품을 극찬했던 박근혜 대통령에게 있어서는 중국 방문 중 가장 큰 선물이었음이 분명하다.
펑유란은 20세기 중국의 대표적 철학자이자 철학사가이다. 그의 생애는 중국 철학사 그 자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청나라 말엽에 출생한 그는 1918년 베이징대학을 졸업하고 미국 컬럼비아 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다. 중국으로 다시 귀국한 후 중일전쟁이 발발했을 때도 가르침은 멈추지 않았다. 그는 국공내전의 결과로 국민당이 공산당에게 패한 후 타이완으로 건너갔을 때, 장제스의 요청을 거절하고 중국 본토에 남는 선택을 한다.
이후 펑유란은 공자와 유교에 관한 이론을 마오쩌둥의 사상에 맞게 재해석해서 마오쩌둥의 호감을 샀으나, 중국의 문화대혁명 당시에는 유교를 탄압하는 정책으로 고초를 겪게 된다. 이후 다시 복권한 후 중국철학사에 대한 연구를 지속하였고, 1990년 95세를 일기로 작고하였다.
한국 대통령을 매료시킨 철학가
박근혜 대통령은 한국 17대 국회의원이었던 지난 2007년 3월, 매일경제신문 기고 ‘내 삶을 바꾼 책’을 통해 펑유란에 관해 언급했었다.
매일경제신문에 쓴 글은 다음과 같다. “20대 나이에 감당하기 힘든 고통과 시련이 몰려왔다. 부모님 모두를 총탄에 보내야 했던 충격에다 믿었던 사람들이 등을 돌리고 일방적으로 매도하는 온갖 비난의 화살을 감내해야 했다. 숨 쉬는 것조차 힘이 들었다. 가족끼리 손을 잡고 나들이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나도 평범한 가정에 태어났더라면’ 하는 생각이 너무나 간절했다. 그런 고통과 절망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내 안의 내가 강해져야 했다. 그리고 그 힘은 수많은 철학서적을 읽고, 사색하고, 스스로에게 다짐하는 과정을 통해서 얻을 수 있었다. 그때 인상 깊게 읽은 책이 바로 펑유란의 ‘중국철학사’다.”
박근혜 대통령은 나아가 “오랜 세월 묻혀 있었던 동양정신의 유산을, 빛나는 보석으로 닦아내서 어지러운 세상을 헤쳐나가는 가르침을 주는 펑유란 선생의 ‘중국철학사’ 일독을 권하고 싶다”고 추천했다. 그만큼 박근혜 대통령의 인생에 있어서 의미가 큰 도서였던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당선인 시절인 올해 초 1월 10일, 중국 특사로 방한한 장즈쥔 중국 외교부 부부장(차관급)은 “평유란이 제 스승입니다.”라고 언급하면서 대화의 물꼬를 틀 수 있었다. 중국에서 인기가 많은 박근혜 대통령이 중국 철학의 대부인 펑유란의 가르침에 감명 받았다는 것을 안 펑유란의 외손녀는 박 대통령에게 중국 국가문화국에 등록되어 반출이 까다로운 ‘문물’인 외할아버지의 족자를 흔쾌히 선물한 것이다.
중국철학사를 쉽게 풀어내다
박근혜 대통령은 펑유란의 중국철학사가 ‘어려운 시절 나에게 등대와 같은 존재였다’라고 했다. 당시 박근혜 대통령이 읽었던 도서는 한국 형설출판사의 ‘간명한 중국철학사’로 추정된다. ‘간명한 중국철학사’는 복잡하고 무거웠던 원래의 중국철학사를 쉽게 1권으로 축약한 것이다. 그러나 축약을 했음에도, 중국 철학사에 있어 필수적인 사상가와 그들의 사상을 깊숙하지만 이해하기 쉽게 설명했다. 중국 철학의 배경으로부터 시작하여 제자백가, 공자, 맹자, 노자 나아가 현대 철학까지를 역사 순으로 쉽게 풀어놓았다.
박근혜 대통령은 앞서 말했듯이 펑유란의 책을 보고 힘든 시기 극복할 수 있었다 했다. 박 대통령은 “숨쉬는 것조차 힘들던 시절 내 삶의 한 구석에 들어와 인생의 큰 스승으로 남은 것이 펑유란의 ‘중국철학사'”라고 했다. “논리와 논증을 중시하는 서양철학과는 달리 동양철학에는 바르게 살아가는 인간의 도리와 어지러운 세상을 헤쳐나갈 지혜의 가르침이 녹아 있었다.”고 밝히면서 힘겨웠던 시절 큰 힘이 되었다고 강조했었다. 우리네 인생에서 위로가 필요할 때, 한 국가의 수장도 감동받았던 펑유란의 중국철학사를 통해 힐링을 해보는 것은 어떨까?
▷ 김지원 인턴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