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천재 한 명보다 2,200만 공대생

개인이 아닌 ‘인재 규모’와 ‘국가의 안목’
‘가장 똑똑한 학생이 한국에서는 의대에, 중국에서는 공대에 진학한다’는 말이 요즘 한국에서 유행인가 보다. 이 말은 ‘비유’가 아니라 ‘사실’이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 더 중요한 것은 ‘똑똑한 개인’이 아니라 2,200만 명에 달하는 공대 재학생으로 대표되는 ‘인해전술’, 그리고 이 거대한 인재풀을 국가적으로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거시적 안목’이다. 이 많은 공대생의 취업을 위해서라도 중국에서 ‘과학기술 인재 양성’은 국가적 과제가 될 수밖에 없다.
‘개인 성장’이 아닌 ‘국가 전략’으로서의 교육
중국 교육정책의 목표는 ‘공산당과 국가를 위한 인재 육성’이다. 교육을 ‘개인의 성장’이 아니라 ‘국가 전략을 실행하는 장기적 인재 시스템’으로 인식한다는 점이 분명하다. 그래서 교육정책 전반이 국가의 장기 목표와 궤를 같이하며, ‘교육-산업-고용’이 정책적으로 자연스럽게 맞물린다. ‘백년지대계’의 현대식 버전이라고 할까. 중국의 교육 담론장에서는 ‘개인 성장이라는 목표’와 ‘국가 발전을 위한 수단’의 가치 차이에 대해서는 기본적인 사회적 논의조차 거의 보이지 않는다.
국가가 설계하는 대학 구조와 산학융합
중국의 특수한 정치체제 때문에 가능한 이러한 교육정책은 산업의 발전과 연동해 대학까지도 국가가 주도적으로 구조 조정할 수 있게 한다. 대학을 ‘연구 중심‘, ‘응용 중심’, ‘직업·기술 중심’으로 기능을 분담시키고, 각 유형의 대학이 국가 및 지역의 산업 전략에 맞는 역할을 수행하도록 유도한다.
이 과정은 ‘산학융합’을 통해 구체적으로 실현된다. 중국에서는 ‘산학융합’도 ‘특정 대학과 특정 기업의 협력’ 정도의 차원이 아니라 ‘국가가 전략적인 차원에서 계획적으로 추진하는 구조적 장치’이다. 실제로 대학의 전공 구조를 개편하고 교육과정을 설계하고 졸업 요건을 설정하는 데까지 산업계의 수요가 직접 반영되는 방식으로 조정된다. 이러한 사례는 너무 많아서 일일이 예를 들 수 없을 정도이다.
국가가 만든 인재 플랫폼 ‘융합학과 센터’

[사진= 베이징에서 개최된 “국가융합학문(교차학문)센터 구축 실행 경로 연구” 자문 프로젝트 착수회의(출처: 바이두)]
앞서 말했듯 중국에서는 인재 양성이 ‘국가 전략을 실행하는 장기적 인재 시스템’이다. 중국의 2026년 교육정책 8대 핵심과제에서 추진하기로 한 ‘중국 융합학과 센터(国家交叉学科中心)’는 그 집약적 결과로 보인다. 이는 ‘미래에 어디에 인재가 필요한지’를 먼저 정한 뒤, 이를 위해 대학 단위와 기업 단위, 심지어는 산업 단위를 넘어서 인재를 양성할 수 있도록 한 국가 주도의 융합 교육 플랫폼이다.
국가가 전략적 차원에서 운영하기 때문에 일개 대학의 기존 전공 명칭 등에도 얽매이지 않는다. ‘융합 전공’, ‘특수 트랙’, ‘국가 전략 전공’ 등의 대학 초월, 전공 초월의 카테고리로 인재를 양성한다. 한 대학, 한 학과 단위로는 해결할 수 없는 국가 차원의 전략적 과제를 위해 국가가 직접 설계한 ‘융합형 인재 양성 허브’ 정도로 이 조직을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
중국에 산지 너무 오래 되어 오히려 한국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한 나는, 중국의 이러한 ‘백년지대계’ 거시적 안목이 부럽고 두렵다.
*한국교육개발원에서 발간하는 월간 ‘교육정책포럼’에 실린 칼럼입니다.
(edpolicy.kedi.re.kr)
오은석
-상하이 백제어학원장
-한국교육개발원 중국통신원
-bjkorean2003@hot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