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tGPT 3.5가 세상에 공개된 지 어느덧 3년이 지났다. GPT(Generative Pre-trained Transformer)라는 이름은 그 자체로 정체성을 설명한다. 사전 학습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문장을 생성하는 모델이다. 우리는 AI와 대화를 나누며 놀라움을 경험했고, 그 반향은 불과 두 달 만에 사용자 1억 명이라는 기록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동시에 한계도 분명히 드러났다. 세종대왕의 맥북 사건을 묻자...
칼럼
책을 읽을 때 작중 인물이나 작품 세계에 빠져들기까지 일정하게 견뎌야 하는 구간이 있다. 어떤 책은 족히 100쪽은 드잡이해야 무슨 맥락인지 실마리가 잡히기 시작하지만, 어떤 글은 펼치자마자 흡인력 있게 독자들을 끌고 들어가기도 한다. 가장 매력적인 첫 문장으로 내가 꼽는 작품은 카뮈의 <이방인>이다. 오늘 엄마가 죽었다. 아니, 어쩌면 어제. 다짜고짜 훅...
온실은 계절을 속인다. 바깥이 얼마나 춥든, 안쪽의 공기는 언제나 안전한 온도로 조절된다. 상하이온실화원도 그랬다. 커다란 유리 건물 안에서 새순은 바람 없이 흔들리고, 꽃은 위험을 모른 채 피어났다. 모든 생장은 보이지 않는 조정과 노동 위에 간신히 유지된다. 완벽하게 관리된 자연 앞에서 나는 오래 머물 수 없었다. 그 투명한 평온이 나를...
[홍성범의 차이나 이노베이션 현지중계석] [사진= ‘삼체컴퓨팅성좌’ 위성발사] [사진= 우주AI데이터센터 개념도] 2020년대의 화두는 단연 ‘인공지능(AI)’이다. AI는 전세계 대부분의 국가에서 정책 일순위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중국도 예외는 아니었다. 2024년 3월 전인대 정부 업무보고에서의 키워드는 ‘인공지능 플러스(AI+)’ 이니셔티브였다. 2025년 8월 27일 <‘인공지능(AI) 플러스(+)’ 행동계획의 심화 실행에 관한 지침>을 통해 좀 더 구체화된다. AI와...
황시(黄西, Joe Wong)는 라이스대학교 생화학 박사로부터 미국 주류 코미디계에서 성공한 스탠드업 코미디언으로 유명하다. 검은 뿔테 안경에 강한 중국식 악센트가 트레이드 마크인 그는 조선족 3세로, 추이젠(崔健), 뤄융하오(罗永浩), 진싱(金星) 등 동시대 조선족 유명인들과 함께 과거 만주로 이주했던 한국 이민자 후대들이 현지 사회에 깊숙이 뿌리내려 문화적 융합을 이루고 큰 사회적 영향력을 지니게...
구준(顾准, 1915-1974)은 중국 당대 학자이며 사상가, 경제학자, 회계학자, 역사학자이다. 중국 건국 후 50년대부터 76년까지 이어진 <치욕스러운 연대(年代)>에 중국 사상계의 집단적 명예를 만회할 수 있는 유일무이한 사상가로 평가받는 구준은 그때 이미 처음으로 사회주의 조건에서의 시장경제 이론을 제기했다. 그는 동서양에 대한 해박한 이해와 방대한 지식 체계로 여러 방면에서 천재성을 보여준 전설적인...
바람이 먼저 빛을 흔들었다. 저 멀리 분홍빛 안개 사이를 헤엄치듯 오가는 사람들의 웃음이 얇게 번졌다. 흰 모자를 맞춰 쓴 이들이 나란히 서서 사진을 찍는 모습은 들판 위에 떠오른 작은 행성 같았다. 바람이 한 번 스치고 지나갈 때마다 가녀린 꽃대가 미세하게 기울었고, 그 떨림 속에 분홍빛 파문이 일었다. 길이라 부를...
미뤄둔 울음을 토해내듯 가을비가 내렸다. 하이룬루(海伦路) 역에서 걸어 나와 젖은 골목을 걸었다. 스카프 사이로 스며드는 한기가 마치 오래된 감정의 기억을 더듬는 듯했다. 눈앞에 나타난 ‘1933 라오창팡(老场坊)’은 회색의 근육을 부풀린 채, 거대한 짐승처럼 숨을 죽이고 서 있었다. 콘크리트 벽면은 축축했고, 계단과 복도는 끝없는 미로처럼 얽혀 있었다. 경사로와 다리, 서로 교차하는...
국경절 연휴를 보내고 상하이로 돌아왔다. 출근길에 언제나처럼 홍췐루 완상청 앞을 지나는데, 블루보틀 공사 가림막이 눈에 띈다. “어, 블루보틀이 들어오나 보네.” 홍췐루 완상청의 매장들은 진득한 맛이 없다. 장사가 조금만 안 돼도 금세 문을 닫고, 성격도 급하다. 새로운 매장이 생겼다고 반가워할 일도 아니다. 한 번 가보기도 전에 간판이 바뀌는 경우가 많다.그래도...
[홍성범의 차이나 이노베이션 현지중계석] ‘주왕’을 이기는 ‘한왕’, 그 ‘한왕’을 키워 낸 중국과학원 ‘주왕’과 ‘한왕’, 초한전 내용이나 삼국지 스토리가 아니다. 중국 주식시장 이야기다. 중국 주식시장에는 3대 왕이 존재한다. 오랫동안 확고하게 왕의 자리를 지켜온 주(酒)왕 <귀주마오타이>(贵州茅台), 전 세계 배터리 시장을 호령하는 닝(宁)왕 <닝더스다이>(宁德时代/CATL), 그리고 올해 새롭게 등극한 한(寒)왕 <한우지(寒武纪)>가 그 주인공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