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이야기

2주간 딸의 고3 겨울방학이 끝나 어제 상하이 홍차공항에 도착했다. 한국을 매년 한 두 차례 다녀왔으니 지난 26년간 최소한 50번 이상은 다녀온 셈이다. 늘 내릴 때마다 짐을 갖고 택시 탈 걱정에 마음이 무거웠는데, 이번엔 처음으로 너무 편하고 기분좋게 택시를 타고 집에 왔다. 이렇게 상하이 생활이 편리해졌는데 이게 마지막 집에 오는...
와 관련해 ‘빵을 고를 것이냐, 복권을 고를 것이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 나는 잠시 망설였다. 내가 좋아하는 맛의 빵일까, 복권을 택할 특별한 이유가 있는 상황일까? 이 질문을 주변에 공유했을 때, 한 지인은 “그 빵을 건넨 사람을 어떻게 신뢰하냐”며 반문했다. 그 순간 “지금 내게 필요한 건 쬐고 있는 햇볕이니 방해하지 말라”던...
상하이의 겨울은 스산하다. 구름이 해를 가린 날은 잿빛 기운이 발끝까지 내려앉는 기분이다. 이런 날은 상념에 젖기에 안성맞춤이다. 뚜벅뚜벅 걸어가다 맞은편에서 오는 한 쌍의 남녀를 보았다. 도톰한 검은색 패딩을 입은 여자는 잰걸음으로 남자를 앞질러 가고 있었다. 남자는 여자의 뒤를 쫓으며 패딩에 붙어있는 모자를 씌어주려 애를 썼다. 남자의 손끝에서 여자를 아끼는...
휴대전화 화면 속에는 여전히 아기 같은 포동포동한 손이 건조기에서 꺼내 온 옷가지들을 개고 있다. 개는 건지 대충 말아놓는 건지 모를 정도로 어지간히 손놀림이 서툴다. 보고 있으면 너무 얼렁뚱땅이라 피식피식 웃음이 나오는데, 그 와중에도 잘 개보려고 하는 게 느껴져 귀엽기도 하고 기특하기도 하다.큰 아이는 태어날 때부터 유난히 손과 발이 통통했다....
상하이에 온 지 15개월, 개를 키우게 됐다. 아이들의 꿈이 현실이 된 기쁨과 함께 나의 책임이 커졌다. 마음에 없는 일은 쉽게 실행되지 않았었다. 자책만 늘어날 뿐. 비싼 분양비와 복잡한 절차를 핑계로 나는 내내 미뤘고 아이들은 내내 기다렸다.종종 파블로프의 개 실험을 떠올리며, 그 개의 고통을 생각한다. 허공을 향해 침을 흘리다가 현실을...
남편은 요즘 종종 자기는 일식이가 될 거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예쁜 말만 골라서 한다. 왜 삼식이란 말을 들으며 구차하게 사는지 다른 집 남편들이 이해가 안간단다. 나보다 세 살 많은 남편은 2,30대만 해도 나잇값 하듯이 든든하고 믿음직했지만 가끔은 내가 가스라이팅 당하는 왠지 모를 억울함과 답답함도 있어 결혼이라는 구속에서 벗어날 독립 계획을...
ㅌ 얼마 전 라는 주제로 이병률 시인의 북콘서트가 있었다. 주옥같은 언어들을 놓칠세라 메모를 하며 강연을 들었다. 메모 중 별표를 세 개나 친 부분이 있었는데 내용은 이러하다. “나는 결혼하지 말아야 한다는 걸 일찍 알았다. 상대를 힘들 게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작가의 소신 발언은 어떤 시보다 나의 공감을 일으켰다. 왜냐하면...
몇 해 전 우연히 읽었던 ‘아내가 결혼했다’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노골적인 제목처럼 한 여자가 두 남자와 결혼한 이야기다. 소설이긴 하지만 외간남자도, 세컨드도, 애인도, 이중생활도 아닌 두 집 살림을 충실히 하는 아내의 이야기다. 그것도 두 남자의 동의하에 공개적으로 두 집 살림을 잘 해낸다. 소설을 읽는 동안 두 집 살림은 본래 여자의...
내게 제주는 늘 한여름이었다. 덥고 습했다. 게다가 북적북적 정신이 없었다. 열 두 살 무렵 처음으로 비행기를 타고 부모님 친구분들과 갔던 단체여행부터, 결혼 후 시부모님과 시이모님 내외를 모시고 갔던 시댁 가족여행, 지난해 두 동생네와 함께 보낸 여름휴가에서도 항상 열 명이 넘는 남녀노소와 함께였다. 제주의 풍경과 맛있는 음식은 잠시 스쳐 지나갈...
특별한 문화기행 ‘길 위의 인문학 4’ 진행 [사진=중산릉]상해흥사단이 주최하고 HERO역사연구회가 후원하는 문화기행 ‘길 위의 인문학’이 지난 8일부터 10일까지 2박 3일간 장쑤성 난징(南京)에서 진행됐다.네 번째를 맞는 이번 여정에서는 처음으로 우시(无锡)에서 참가한 교민들과 우시백범스카우트 대원들 그리고 100년 전 도산 안창호 선생의 약속을 이어 올해 다시 개교한 동명아카데미 학생들이 동행하여 행사에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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