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이야기

며칠 전 상하이한인운동회에서 가져온 물건들로 테이블 위가 가득 찼다. 다 정리하고 나니 이런 즐거움도 또 하나의 추억으로 쌓이면서 지난 20여 년 간의 상하이 한인들의 각종 행사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만 해도 이런 행사에 한인들로 북적북적하고 공연 구경하랴 애들 챙기랴 평소 구입하기 힘든 정성껏 만든 음식들 먹고 마시고 특가 판매하는...
2024년 11월 7일 수요일 뮤링정담 핸드폰을 잃어버렸다. 택시 창문 옆 움푹 파인 공간. 그곳에 핸드폰을 넣어두고 차에서 내린 것이다. 다행히 태블릿에 위챗과 DiDi 미니프로그램이 있어 택시 번호판과 안내센터 번호는 알 수 있었다. 문제는 내가 중국어로 통화를 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푸근한 인상의 택시 기사님이 떠올랐다. 할 수 있는 말이 없어...
   담배를 사랑하던 아빠는 담배 연기처럼 떠났다. 벌써 10년이 넘었다. 믿을 수 없는 일도 시간이 지나면 무뎌지고 잊히게 되는가 보다. 아빠의 생일도 제삿날도 가물가물한 것을 보면 말이다. 아빠와의 이별을 인정하지 못했던 엄마도 어느덧 편안한 모습이다.사람 좋아하는 아빠 덕분에 마실꾼들로 북적였던 우리 집.오가는 사람 밥해 먹이느라 손에 물 마를 날...
우리 집에는 세모 네모 동그라미가 산다. 새 학기에는 그 모양의 특징이 도드라지게 나타난다. 12년째 중국 학교를 다니는 세모, 뾰족뾰족 날이 서 있고 완벽을 추구한다. 중국 학교에서 새 학교로 전학한 9학년 네모. 널찍널찍 알 수 없는 자신감을 보이고 걱정 없이 산다. 서로 다른 세모와 네모 사이를 오가며 다독거리는 임무를 맡은...
오늘 아들이 한국에서 저장성 핑후(平湖)로 출장 왔다. 바로 일을 시작해야 해서 상하이 집엔 들르지 않았다. 떠나기 하루 전에 들러 하룻밤 자고 서울로 간다고 한다. 감개무량하다. 내 아들이 이제 어엿한 사회 일원이 돼서 외화벌이 일꾼이 됐다는 사실이. 얼굴을 자주 보지 않아도 한 동안 연락이 두절돼도 나는 전혀 섭섭하지 않다. 대학 졸업,...
“이 고기는 이븐even하게 익지 않았어요.”“저는 채소의 익힘, 익힘 정도를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합니다.”“이 요리에는 킥이 없어요. 탈락입니다.”우리 집에서 반찬 투정은 암묵적으로 금기였다. 음식에 관한 대화라고는 “맛있어? 맛있지?”라는 물음에 “응, 맛있네.”라는 정도만 오갔다. 요리에 딱히 소질도 흥미도 없는 나를 겪어 온 가족들의 생존본능이라고나 할까.그런 남편이 요즘 식사때마다 신이 나서 진담 반...
“엄마, 애들이 그러는데, 나 처음에는 되게 착했는데, 지금 좀 못돼졌대. 그런데 지금의 내가 더 좋아. 나 지금 더 행복해.” 아이의 이 말을 들었을 때, 내 마음속에 숨겨져 있던 무언가가 탁 하고 풀리는 듯했다. ‘못돼졌다고? 그런데 지금이 훨씬 행복하다고?’ 새로운 환경이 던져준 변화는, 그렇게 우리 두 사람에게 작지만 중요한 깨달음을 주고...
김연준 메타(페북·인스타) SW 엔지니어와의 비대면 대화 참가이번에 고등으로 올라오게 되면서 갑자기 엄청 많은 걱정이 한꺼번에 몰려왔다. 선생님들은 학생들에게 계속 목표를 가지고 공부를 하라 하시고, 주변 친구들은 어느 정도 생각해 본 상태였다. 나는 아직 진로에 대해 갈피를 못 잡고 있어서 ‘청미탐(청소년과 함께 미래를 탐색하다)’이라는 프로그램이 있다고 들었을 때 많은 관심이...
난 아침부터 감정 조절에 실패했다. 평소보다 고데기로 웨이브를 잔뜩 넣고 화장하고 흰색 헤드폰을 스타일리쉬하게 쓰고 등교하겠다고 나타난 고3 딸을 보며 순간 욱하여 생각과 말이 동시에 나와버렸다.“네가 지금 이럴 때냐?”“패션쇼 하러 학교 다녀?”가족 간에 매일 만나고 헤어질 땐 :꼭 좋은 모습으로 이쁘게 말한다”가 나의 좌우명인데, 그 찰나에 깨어 있지 못해...
나의 어깨가 심상치 않다. 정확히 언제부터 왜 이렇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옷을 입고 벗고 할 때마다 오른쪽 팔의 움직임이 불편하기 시작했다. 파스를 붙이면 낫겠거니 했다. 어느 날 밤에는 자다가 뒤척이던 중 갑자기 어깨에 날카로운 통증을 느끼고 식은땀을 흘리며 잠에서 깼다. 다시 파스를 붙이면 낫겠거니 했다. 스트레칭을 하라는 지인들의 말에 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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