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40분 전에 도착하기로 한 음식이 아직도 오지 않았다고 친정엄마가 보이스 톡을 하셨다. 부랴부랴 배달 앱을 열어 확인해 보니, 배달 기사를 찾지 못해 배달이 지연되고 있다는 알림이 와 있었다. 한국이었다면 주저 없이 가게로 전화를 했을 텐데. 중국에서 걸려 오는 낯선 번호는 보이스 피싱일까 봐 받지 않는 경우가 많다. 앱 내...
한국에 사는 누구도 몰랐다. 1992년 8월 24일 한중수교 이래, 단 한 번도 풀리거나 느슨해져 본 적 없는 관광비자가 풀렸다. 떡을 먹으려면 김칫국도 있어야 하고 손도 씻어야 하고 준비 좀 해야 하는데 갑자기 엄청난 떡이 우리 앞에 놓였다. 무비자 입국, 빛나는 순간에 그림자를 봤다중국 제로코로나 정책기간은 3년이 넘는다. 2023년 3월에 푸젠성...
입춘이 지나니 성큼 봄이 온다. 매화는 아기 손톱만큼 한 꽃분홍 얼굴을 내밀고 날 좀 봐달라며 손짓한다. 잰걸음 멈추고 매화나무 밑에 들어가 꽃들을 살피고 하늘도 본다. 파란 하늘과 꽃분홍 매화. 내가 살던 고향, 꽃피는 산골 백곡에도 봄이 오고 있겠지? 앞을 봐도 산, 뒤를 봐도 산인 곳이 내 고향이다. 그 옛날...
설 연휴에 한국에 다녀왔다. 원래 갈 생각은 아니어서 항공권 예매도 안 한 상태였다. 연휴 기간에 어디 여행이라도 갈까 하고 우연히 항공권을 검색하다가 한국행 싼 표가 나와 있길래 바로 질렀다. 단, 7kg 미만의 짐만 기내에 실을 수 있다는 조건이 있어서 배낭 하나씩만 짊어지고 훌쩍 나선 길이었다. 다른 때 같으면 얼굴 보기도...
송칭링 고거 기념관은 전철역에서 멀지 않았다. 일행이 기념관에서 송칭링에 대한 설명문을 꼼꼼히 읽고 있을 때, 나는 혼자 멀찌감치 떨어져 추억에 잠겼다. 송칭링(宋庆龄), 송아이링(宋蔼龄), 송메이링(宋美龄) 세 자매 이야기를 내게 처음 해준 건 S였다. 함께 일하던 방송작가가 교환학생으로 와 있던 중국인 학생을 소개해 주었는데 그가 S다. 방송이 없는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 S에게...
“엄마, 학교에서 나는 가끔 혼자 있는 느낌이야.”“언제 그런 생각이 들었어?”“다들 영어로만 말할 때,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어서 심심해서 다른 걸 하다가 혼났어.”아이의 목소리는 나지막하지만 분명했다. 낯선 언어 속에서 아이는 외로움을 느끼며,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고자 애썼다. 사람은 누구나 삶의 주인공이 되기를 원하지만, 종종 다른 사람들의 기대와 기준에 맞추기 위해 살아가기도...
‘벌써 1년’이라는 제목으로 코로나 봉쇄 해제 이후 1년이 지난 소회를 상하이저널에 기고했었다. 그 때가 이번 상하이 임기의 딱 중간 정도 시점이었는데, 이제 그만큼의 시간이 더 지나 이번엔 상하이 부임이 ‘벌써 3년’이 되었다. 지난 연말 새로운 포스트(서울 본사)로 발령이 난 후 1월부터 2월 초까지 밤낮으로 환송회가 이어졌고, 국제이삿짐 포장이라는 절차까지 숨가쁘게...
코로나로 뜸해진 외국 친구들의 연락이 요즘 다시 오기 시작했다. 예전엔 만나서 직접 얘기하면 됐기에 간단한 대화로 약속을 잡고 깊고 긴 대화는 만나서 얼굴보고 얘기하면 내 짧은 영어로 몇 시간의 긴 만남도 즐겁게 유지할 수 있었다. 애들 걸스카웃트 야영활동 땐 1박2일 같이 있어도 할 말이 무궁무진했다. 모르는 단어는 찾아보면 되고...
산동성 칭다오(青岛)는 남편의 고향이다. 우리 가족은 명절이면 칭다오에 계신 시부모님과 가족들을 찾아 뵙는다. 내가 칭다오에 간다고 하면 사람들은 푸른 바다, 신선하고 풍부한 해산물, 칭다오 맥주, 이국적인 독일식 건축물들 떠올리며 부러워한다. 하지만 며느리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서울 사람이 63빌딩 안 가 본 것처럼 나도 관광명소와는 거리가 멀다. 설날에는 그저 며느리로서의...
돌아선 연인의 뒷모습이 희끄무레해질 때 발걸음이 둬룬루로 향했다. 한때 일본 조계지였던 둬룬루 문화거리에는 30년대 중국의 유명한 문화계 인사들과 혁명단 청년들이 자주 모였던 집과 차관, 카페 등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루쉰(鲁迅), 마오둔(茅盾), 궈모뤄(郭沫若), 로우스(柔石), 펑쉐펑(冯雪峰)… 작가는 죽었지만, 그들의 문장은 누군가에게 읽히며 여전히 살아있다.실제 일어났던 일이나 문장을 쓴 사람의 진심보다 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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