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하이 중식 업계에는 나이가 무색한 70대 ‘중식 대가’들이 여전히 건재하다. 수십 년 동안 광동요리만 연구한 젠제밍(建杰明)부터 3000명의 셰프를 총괄한 린전궈(林振国)셰프까지 현직에 종사하고 있다. 여기에 50대의 나이에도 중국판 ‘흑백요리사’인 ‘이판펑선(一饭封神)‘을 통해 큰 팬층을 보유하게 된 솨이샤오젠(帅晓剑)을 비롯해 40년 경력 이상의 중식 대가들이 상하이 곳곳에서 활약하고 있다. 이들에게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고 오히려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하는 최적의 시기라 할 수 있다. 상하이를 대표하는 ‘노장’ 중식 셰프를 만나보자.





광동 요리의 대가, 젠제밍(简捷明, 75세)
‘마귀’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 젠제밍 셰프. 10대부터 주방에서 성장한 그는 어느새 60년 넘게 중국 전역을 누비며 중식 현장을 지켜온 대가다. 그가 이끄는 레스토랑은 7년 연속 미슐랭 2스타를 받았고 지금도 현장에서 직접 웍을 만지며 하루를 보내고 있다. 평소에 장난스럽고 유쾌한 성격이지만 주방에만 들어가면 완벽주의 성격을 띄며 초집중모드로 요리를 만든다. 이 때문에 ‘마귀’라는 별명을 얻게 되었다고 한다.
광동요리만 연구하며 여러 도시를 거쳐 실력을 넓혔고 2016년 중국 본토 첫 미슐랭 가이드가 상하이에 상륙했을 때, 그가 총괄하던 레스토랑이 2스타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현재 그가 머물고 있는 레스토랑 푸스완(璞世湾)의 대표 메뉴는 ‘수제 크리스피 치킨’이다. 토종닭을 써서 150분 간 재우고, 다시 12시간 동안 서늘하게 말린 뒤 80도에서 200도 사이를 오가는 온도로 200회 이상 기름을 끼얹어 완성하는 요리다. 입 안에 닿는 순간 터지는 바삭한 껍질과 육즙을 머금은 촉촉한 속살이 특징이다. 이 조화는 오랜 경험을 가진 장인의 손길에서만 나올 수 있는 맛이다.
璞世湾
•黄浦区中山东二路15号11F
•15800607699
•1인 기준 800위안




상하이 번방차이 대가, 저우웬창(周元昌,73세)
“상하이의 대가는 푸동에서, 푸동의 대가는 산린(三林)에서 난다”라는 말이 있다. 그 문장을 그대로 증명하는 인물이 바로 국가급 상하이요리 무형문화유산 전승자 저우웬창(周元昌) 셰프다. 54년동안 상하이 요리 하나만 파온 그는 푸동 산린탕 출신으로 할아버지부터 3대가 요리사 집안이다. 산린탕은 상하이 향토음식인 번방차이 발원지 중 한 곳으로 저우웬창 집안은 기름과 불을 다루는 기술로 이름을 떨친 유수이파(油水帮)다.
2019년 그의 이름을 건 브랜드 ‘저우서(周舍)를 만들어 정통을 지키되, 혁신으로 확장하는 진정한 상하이요리(海派)를 만들고 있다. 대표 요리는 244도 초고온으로 단숨에 완성하는 ‘青柠油爆虾’, 강한 열에 닿는 순간 새우 껍질이 탁 하고 갈라지고 표면의 수분이 순식간에 날아간다. 속살은 반대로 탱글하고 촉촉한 상태로 유지되어 인기가 많다. 천연 라임즙을 이용해 맛을 정리하고 풍미가 한층 더해지는 것이 특징이다.
周舍·海派菜(虹桥店)
•闵行区苏虹路318弄16号虹桥丽宝广场3号楼一层
•021)3463-6976
周舍·海派菜(锦江店)
•黄浦区茂名南路59号老锦江饭店内(靠近锦楠楼)
•021)6323-3977
周舍·海派菜(绿地外滩中心店)
•黄浦区中山南路800弄1号绿地外滩潮方3楼L301号商铺
•021)5383-1778
•1인 기준 400위안





3000명 셰프를 이끈 셰프들의 사부, 린전궈(林振国,72세)
13세에 주방에 들어와, 요리 인생만 60년. 지금은 반은 은퇴했지만 여전히 불 앞에 선다. 오래 걸어온 세월을 버티게 한 건 결국 ‘좋아하는 마음’뿐이었다. 일흔을 넘긴 지금도 그는 여전히 현장을 돌며 주방의 흐름을 살핀다. 산하이차오 순더푸옌의 총고문으로 활동하는 동시에, 마카오 갤럭시 호텔 그룹의 중식 컨설턴트이기도 하다. 사계절 내내 대만과 상하이를 오가며 특색 있는 재료를 직접 수급하는 이유 역시, ‘제철의 맛’을 가장 먼저 손님들에게 전하고 싶어서다.
린 셰프는 광저우, 마카오, 베이징 등지에서 경력을 쌓았다. 전성기 시절, 그는 베이징 순펑 그룹에서 총감독을 맡아 3000명에 달하는 주방 인력을 관리하기도 했다. 그 규모 때문에 언론에서는 그를 ‘3000 명의 셰프를 이끈 사부’라 불렀고, 실제로 정식 제자만도 100명이 넘는다. 산하이차오 순더푸옌(山海潮顺德府宴)은 순더요리를 중심으로 한다.
운이 좋다면, 지금은 거의 사라진 명물 ‘리윈즈(礼云子)’를 맛볼 기회도 있다. 리윈즈는 작은 방게(蟛蜞)가 품은 알을 말한다. 방게알은 춘분 전후 약 20일 동안만 잠깐 만날 있다. 약 5kg의 게에서 나오는 알은 약2냥(약 75g)이 채 되지 않는다. 손이 많이 드는 데다 산출량이 극히 적어, 남판순(南番顺) 지역에서는 오랫동안 진귀한 식재료로 꼽혀왔다. 미식가 장타이스(江太史) 또한 이 특별한 맛에 남다른 애정을 보였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그 희소성 때문에 지금은 거의 잊혀졌지만, 린전궈 셰프의 손에서 다시 한 번 제 모습을 찾고 있다.
山海潮顺德府宴
•浦东新区钱家滩路480号前滩时代广场2层
•021)5047-9957,5077-0855
•1인 기준 400위안




상하이 쓰촨요리의 대가, 덩화동(邓华东,64세)
1977년, 스무 살의 덩화동은 청두 식품회사에 입사했다. 홀 직원을 거쳐 주방으로 자리를 옮긴 그는 돼지머리 손질부터 디저트 파트까지 경험하며 업무 영역을 넓혔다. 2년 만에 주방의 기본기를 익힌 뒤에는 정통 쓰촨요리를 체계적으로 배우기 시작했다. 이후 10년간 청두, 선전, 상하이, 베이징, 인도네시아를 오가며 경력을 쌓았고, 37세에 창업을 결심해 다시 상하이로 향했다.
그가 처음 연 레스토랑은 덩지촨차이(邓记川菜)였다. 정통 쓰촨요리에 집중한 만큼 메뉴 구성이 다양하지 못했지만, 이후 덩지스웬(邓记食园)으로 이름을 바꾸고 상하이식 조리법을 접목한 쓰촨요리를 선보이며 변화를 시도했다. 2017년 임대료 문제로 문을 닫은 그는 홍콩으로 무대를 옮겨 3년 연속 미슐랭 ‘더 플레이트’에 선정되며 다시 주목을 받았다.
2019년 은퇴를 고민하던 그는 상하이에서 난싱위안(南兴园)을 다시 열어 정통 상하이 요리부터 쓰촨 민간요리까지 선보이고 있다. 화려하지 않지만 정통성과 민간의 맛, 그리고 도시적 감각을 조화시키는 힘이 그의 요리 곳곳에 담겨 있다.
南兴园
•黄浦区淮海中路1728号12幢
•021)6438-0838
•1인 기준 500위안




광동 요리 고수자, 펑화요(彭华友,69세)
1987년, 펑화요우는 상하이 푸린먼(福临门)에 입사하며 요리 인생을 시작했다. 그의 첫 업무는 주방에서 가장 기초에 해당하는 ‘네 번째 화구(第四锅)’였다. 그러나 실력과 기회는 늘 준비된 사람에게 찾아오는 법이다. 몇 해 지나지 않아 그는 총주방장 자리까지 올라섰고, 그 과정에서 스승인 뤄안(罗安) 셰프로부터 인생의 중요한 가르침을 받았다. 그는 “스승님이 내게 가장 먼저 가르친 건 식재료가 언제나 1순위라는 사실이었다.”라고 회상했다.
그의 집념은 대표 메뉴에서도 분명하게 드러난다. 현재 메인셰프로 있는 푸허광(福和光)의 유명한 ‘大红片皮乳猪’는 반드시 무게가 5kg 남짓하며 사육 기간이 45일 이내인 광시 바마(巴马)의 새끼돼지만 사용한다. 푸허광의 200개가 넘는 메뉴 가운데는 지금은 거의 사라지다시피 한 홍콩 전통요리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는데, 이 사실만 보아도 펑화요우 셰프가 식재료를 얼마나 우선시하는지 알 수 있다. 이러한 고집스러운 태도가 그의 요리를 더욱 특별하게 만든다.
福和光
•静安区南京西路388号仙乐斯广场6楼
•021)3331-6888
•1인 기준 350~450위안



‘이판펑션’의 인기 셰프 슈아이샤오젠(帅晓剑, 52세)
중국의 요리 경연 프로그램 이판펑션(一饭封神)에 출연한 뒤 큰 인기를 얻은 셰프가 바로 슈아이샤오젠이다. 그는 방송 전부터 이미 중국 요리대사, 국가급 고급 조리기능사, 2012년 ‘세계 최고의 셰프’ 수상, 2015년 ‘중국 명셰프’ 등 화려한 타이틀을 갖춘 인물이었다. 배우이자 가수인 세팅펑(谢霆锋, 사정봉)의 프로그램 ‘펑웨이(锋味)’에서도 총괄 디렉터를 맡으며 다양한 요리 프로그램 제작에 깊이 관여해 왔다. 1987년부터 이어진 그의 요리 인생은 어느덧 40년에 가깝다.
이판펑션에 출연한 이유는 “상하이·장쑤·저장 요리를 대표하는 셰프가 드물기 때문”이었다고 알려져 있다. 그는 대표성과 책임감을 가지고 프로그램 내내 상하이를 상징하는 요리를 고수했다.방송 이후 그가 메인 셰프로 있는 식당은 해외에서도 손님들이 일부러 찾아올 정도로 유명세를 얻었고, 지금은 예약이 거의 불가능할 만큼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누구나 편안하게 상하이 정통 가정식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이 이 레스토랑의 가장 큰 매력으로 꼽힌다.
대표 메뉴는 단연 홍샤오로우다. 윤기 나는 진한 소스, 부드럽게 부서지는 비계, 단단한 식감을 살린 살코기가 완벽한 균형을 이루며, 오래된 상하이 골목에서 맛볼 수 있었던 풍미와 가깝다는 평가를 받는다. 세팅펑도 이곳에서 꼭 맛봐야 할 메뉴로 홍샤오로우를 추천한 바 있다.
帅帅精致家常味
•黄浦区长乐路175-4号
•1인 기준 195위안
*ShanghaiWoW 참고
이민정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