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을 빙자한 일기 같은 이 이야기에 나는 왜 매료되었을까? 사람들이 느끼는 사소하고 세밀한 감정들의 보편성과 그 감정들의 표현이 작가적 감수성으로 빛났기 때문인 듯하다.
이 이야기는 루시라는 여자가 병원에 9주간 입원하게 되면서 시작한다. 부모님 그리고 언니, 오빠와는 고등학교 졸업 후부터 거의 왕래가 없었다. 루시가 결혼하고 아이들이 각각 5살, 6살이되었을 때 입원하는 일이 생기고 남편이 장모에게 도움을 요청하면서 엄마와 오랜만에 만나게 된다.
원가족에게서 나와 자기만의 가정을 꾸리고 안정적으로 살고 있지만 여전히 부모로부터 사랑의 갈구함이 있는 루시는 엄마에게 자기를 사랑하냐고 묻고 답을 기다린다. 또 엄마로부터 아빠가 자기를 걱정하는지에 관한 이야기도 듣고 싶지만 끝내 듣지도 묻지도 못한다.
엄마는 5일간 루시를 병원에서 돌봐주다가 집으로 돌아간다. 그 5일간 루시는 행복했다. 엄마랑 한담을 나누었을 뿐인데 엄마 목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신변잡기적인 이야기만 있었고, ‘어린 시절 트럭에 갇혀 뱀이랑 한 공간에 있는 것이 얼마나 무서웠는지’와 같은 정작 하고싶은 말과 듣고 싶은 말은 꺼내지도 못했지만, 그래도 그 5일은 그녀로 하여금 이 글을 쓰게 한 동기가 되었다
그리고 나서 수년이 흘러 엄마가 위독하다는 소식을 듣고 엄마의 병실을 찾는다. 루시는 임종까지 지켜볼 생각으로 왔지만 둘째 날 엄마는 루시에게 돌아가달라고 말한다. 그리고 엄마의 뜻을 존중한다.
루시가 자란 가정은 경제적으로 어려움이 커서 난방이 되지 않고 뜨거운 물도 쓸 수 없는 창고에서 살아야 했지만 그것이 그녀에게 불편함 이상은 아니었다. 그러나 아빠가 젊은 시절 2차 대전 참전 후 PTSD로 고통받았고 그런 남편을 감당해야 하는 엄마, 그런 가정에서 돌봄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한 채 성장해야 했던 세 남매 ….
루시는 마음의 곤궁에 대해 이야기한다. 루시의 수많은 다채로운 감정들을 만나며 나의 감정들이 겹쳐졌다. 일기 같은 내밀한 이 글은 내 묵은 감정들을 직시하고 구체화하여 표현해보라고 부추긴다.
최수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