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자녀들이 해외 생활을 시작한지 13년째이다. 그들은 대학생활도 해외에서 하기를 희망한다. 이렇게 해서 해외교포가 되어가는 것 같다. 지난 4월에는 미국 버지니아 공대의 조승희 사건으로 큰 충격에 싸인 적이 있었다. 이 사건에 접한 재미교포 1.5세나 2세들은 그를 비난하기보다 그를 이해하고 자기들 문제의 표출로 생각한다는 이야기도 들은 적이 있다. 해외에 사는 것이 자녀들에게 특권이기도 하지만 큰 갈등이기도 한다.
영국에서 만난 한 가정은 자녀에게 한국어를 전혀 가르치지 않아서 엄마와 자녀 사이에 의사소통이 전혀 안되어 서로 너무 답답해하는 것을 보았다. 결국 한국에 보내어 한국어 연수를 시켰지만 그렇게 배운 한국어는 그들에게 외국어일 뿐이다. 초기 미국 이민자들은 속히 미국 사회에 정착하기 위해 집에서조차 영어를 쓰도록 한 가정들이 많았다고 한다. 우리 성인들은 거의 자동으로 너무 쉽게 한국어를 습득했지만 해외에 사는 어린 자녀들은 그렇지 않다. 어린 시절에 모국어 교육을 소홀히 하고 외국어 교육에만 열을 올리면 부모가 자녀교육에 들인 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훗날 자녀들에게 큰 원망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우리 자녀들은 초등학교 기간 몇 년을 한국학교에 다닌 것이 큰 도움이 되었다. 모국어 교육이 중요한 몇 가지 이유를 생각해 본다.
1)정체성의 문제
아무리 영어를 잘해도 한국인을 서구인으로 인정하지는 않는다. 한국계로 인정할 뿐이다. 한국은 우리의 뿌리이며 우리의 존재 근거이다. 우리 자녀들이 외국에서 태어나고 외국에서 생활해도 그들은 한민족의 후손이고 태생이다. 우리 후손들이 모국을 인정할 뿐만 아니라 자랑스럽게 여기고 영광스럽게 만들 때에 자신에 대한 자긍심이 생기고 다른 사람도 우리를 쉽게 무시하지 못한다. 어려서 모국어를 익히는 것은 정체성 형성에 매우 중요하다.
2)취업의 문제
외국기업에서 한국계를 뽑을 때에는 한국어를 잘 하는 것을 전제한다고 한다. 한국 관계 사업을 고려하여 선발한다는 것이다. 한국어를 잘 할 때에 한국계라는 것이 훨씬 빛난다. 한국어를 모른다면 한국계를 특별히 선호할 이유가 없다. 경제적으로 아시아 시장이 중요한 시대이고, 한국은 아시아 시장의 교두보로서도 글로벌 기업들에게 중요하다. 취업이나 사업을 위해서도 모국어를 포함한 최소한 2중 언어는 필수적이다.
3)감정표현의 문제
자녀가 주로 해외에서 자랐고 모국어에 서툴면 부모와 자녀 사이에 감정교류가 안된다. 간단한 정보교류는 모국어 또는 외국어로 가능하지만 마음 깊은 감정의 나눔은 안된다. 미국에서 태어난 자녀라도 감정 표현을 한국어로 하고 싶어 한다는 놀라운 사실을 들었다. 언어는 영어를 배웠어도 성장과정의 생활과 문화는 한국형이었기 때문이다. 언어로는 미국인이지만 감정으로는 한국인인 갈등이 존재한다. 해외교포들이 같은 민족끼리 모여 사는 이유 중에 하나가 그것일 것이다.
이 여름 방학, 자녀들에게 모국어로 된 재미있는 책을 읽히고 모국어로 글을 써보게 하고 모국어로 소감을 나누며 우리 자녀가 모국어에 익숙해지도록 특별한 배려를 해야 하겠다.
이흥훈(상해엔젤 유치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