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 초 중국을 뒤흔든 <너자 2>의 여운과, 한국에서 막 피어나기 시작한 <왕과 사는 남자>의 감동이 계속되고 있다. 하나는 1,500만 관객의 눈물을 끌어냈고, 또 다른 하나는 22억 달러의 흥행으로 세계를 놀라게 했다. 규모는 다르지만, 그 이면에는 놀라울 만큼 닮은 비밀이 숨어 있다.
조선의 비극, 서민의 시선으로 ‘왕과 사는 남자’
<왕과 사는 남자>는 수양대군에게 왕위를 빼앗긴 어린 단종(박지훈 분)과, 유배지를 자처한 가난한 촌장 엄흥도(유해진 분)의 이야기를 그린다. 이 영화가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이유는 익히 알려진 비극을 서민의 시선으로 재구성했기 때문이다. 엄흥도는 권력 앞에 굴하지 않는 의리와 인간적 나약함을 함께 지닌 입체적 인물로 그려진다. 관객들은 유배지라는 절망적 공간 속에서 피어난 작은 신의에 함께 눈물지었다.
신화를 넘어 세계로 ‘너자 2’
<너자 2>는 2019년 개봉해 중국 애니메이션 역사를 새로 썼던 <哪吒之魔童降世>의 후속작이다. 천재(天劫) 이후 육신을 잃은 네자(哪吒)와 아오빙(敖丙)이 새로운 몸을 되찾기 위해 시련을 헤쳐 나가는 이야기를 화려한 3D 애니메이션으로 그려냈다. 약 800억 원의 제작비로 전 세계에서 약 22억 달러를 벌어들이며, 역대 최고 흥행 애니메이션이자 비영어권 영화로서는 사상 최대의 흥행작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흥행 기록으로 본 두 작품의 위상
두 작품 모두 자국 영화계의 구원투수라는 공통점을 지닌다. 한국 영화계는 코로나19 이후 침체기를 겪어 왔다. 2025년에는 천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가 단 한 편도 없었다. 그 벽을 <왕과 사는 남자>가 허문 것이다.
2026년 2월 개봉한 이 영화는 약 50일 만에 1,500만 관객을 돌파했으며, 누적 매출액 약 1,488억 원으로 역대 한국 개봉 영화 매출액 1위를 경신 중이다. 관객수로는 <명량>(1,761만), <극한직업>(1,626만)에 이어 역대 3위에 올라 있다.
<너자 2>의 기세는 상상을 초월한다. 2026년 1월 중국 춘절 시즌에 개봉해, <인사이드 아웃 2>(17억 달러)를 제치고 역대 애니메이션 흥행 1위에 올랐다. 단일 시장(중국)에서만 20억 달러에 가까운 수익을 올리는 전대미문의 기록을 세웠다.
고전의 재해석이라는 답
그렇다면 1,500만 명의 눈물과 22억 달러의 웃음, 이 두 결과를 만들어낸 공통된 비밀은 무엇일까. 답은 고전의 재해석에 있다.
중국 콘텐츠 업계는 <검은신화: 오공>, <장안삼만리>에 이어 <너자 2>까지 성공하면서 중국 특유의 흥행 공식이 형성됐다고 분석한다. 서유기, 봉신연의 등 민간에 뿌리내린 이야기를 현대적 시각과 첨단 기술로 재탄생시키는 이 공식은 관객에게 강한 흡인력을 제공한다.
<왕과 사는 남자> 역시 다르지 않다. 단종이라는 비극을 서민의 시선으로 재해석하며 전 연령층의 공감을 얻었다. 엄흥도는 전형적인 충신이 아닌 우리 곁에 있을 법한 보통 사람으로 재창조됐다.
또한 두 영화의 동시적 흥행은 할리우드 중심으로 굳어져 온 글로벌 콘텐츠 시장의 지형이 변화하고 있다는 신호로 보고 있다.
학생기자 조수인(상해한국학교 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