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이야기

6여년 전 남편이 중국으로 발령을 받았다는 소식에 한동안 잠이 안 왔다. 학교에서 집은 종 치기 전에 교실에 도착할 만큼 지척이고 매일 방과 후 신나게 뛰놀던 아이들이 친구들과 헤어져 새로운 친구와 환경에 적응할지 걱정이었다.  “엄마가 생각해 보니까, 우리가 상하이에 가면 거기 친구들도 너희처럼 처음에는 다 낯설고 어색하지 않았을까? 몇 달이나...
살랑살랑 불어오는 바람 안에서 꽃 내음을 느끼기엔 아직 코끝이 시리지만 연둣빛 정수리로 단단한 흙을 밀어내며 고개를 내미는 기운에 봄이 가까이 왔음이 느껴진다. 시작과 끝이 애매한 계절의 변화에 우리 조상들이 현명하게 답을 딱 정해주었는데 그것이 24절기다. 시간이란 물처럼 자연스레 흐르는 것이다. 인간들이 편의를 위해 24시간으로 정하고 365일이라는 날수로 1년이라는 기간을...
막내가 엊그제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졸업식 다음 날 많은 친구들이 비행기를 타고 상하이를 떠났다. 3년 동안 상하이의 집에 오지 못한 한국의 두 아이가 1월 8일 격리 해제 소식을 듣고 춘절에 상하이에 오기로 했다. 여권이 6개월 이상 남아 있어야 비자발급이 가능하대서 부랴부랴 여권 신청을 했는데 이심전심인 모양이다. 중국에 가족이 있고 한국에서 대학을...
두 돌 때 상하이로 건너 온 큰 아이가 벌써 고3이 되어 입시를 준비하고 있다. 중국에 있을 땐 중국 법대로 살자는 이 엄마의 요청에 의해 아이는 쭉 로컬학교만 다녔다. 대학도 중국 대학을 염두에 두다가 코시국을 거쳐 진로를 완전히 한국으로 틀었다.  그동안 주변에서 12특 얘기를 많이 들었지만 관심도 크게 없었고, 들어도 무슨...
2023년의 새해 첫날은 한국에서 맞았다. 중국이 위드 코로나를 시행하자마자 아이들 학교는 가장 먼저 직격탄을 맞았다. 교사부터 학생들까지 순식간에 확진자들이 늘어났다. 집에 구비해 놓은 자가진단키트도 응급약도 여유롭지 않은 상황에서 불안감은 커졌다. 아이들 학교가 온라인 수업을 결정하자마자, 우리는 바로 짐을 싸 한국으로 왔다. 겨울방학 동안 한국방문을 계획하고 있던 차라 그 일정이...
잦은 출장, 격리는 내 친구어쩌다 보니 지난번 원고 쓸 때와 마찬가지로 나는 또 격리 호텔에 갇혀 있다. 업무상 출장이 많은 나를 코로나 방역에 엄격한 중국 정부의 정책도 막지 못한 탓이다. 웃프지만 지난 출장 때에 비해 격리가 이틀 줄어 8일만 격리하면 된다니 좋게좋게 생각할 수밖에. 그런데 이번 격리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제발 나가서 놀아라 코로나 19기간에 까오카오를 치고 대학생이 된 첫째는 오프라인 수업 시간보다 온라인 수업이 길어지니 2학년이 된 일상도 시큰둥해 보인다.  매일 내게 언제 퇴근하는지, 주말에 뭘 할 건지를 물어보거나 엄마가 퇴근할 때까지 기다리다 같이 저녁 먹기를 바라는 등 다 컸는데도 손이 가는 언행을 한다. “너도 이제 남자친구를 좀 만나면 어떨까?...
훅하고 옆구리를 끌어안은 찬 바람 때문에 이불 속의 온기가 참 좋다. 꼬물거리며 애벌레가 허물을 벗듯 빠져 나와 사과를 쓰윽 밀어 화면을 본다. 코시국 후 달라진 아침 풍경이라면 날씨를 확인하기 전에 위챗을 열어 확진자 추이나 봉쇄 관련한 소식부터 챙긴다. 밤사이 남편의 회사나 아이들의 학교는 별일 없었나? 아파트 주민 위에 시시콜콜한...
어떤 언어든지 감정이나 상태를 표현하는 형용사가 있다. 한국어를 배우는 외국인들이 가장 많이 놀라는 것이 한국어의 다양하고 풍부한 형용사라 한다. 3년이나 떨어져 지낸 두 아이를 보기 위해 3년 만에 한국 방문에 나섰다. 그 사이 아픈 소식, 외로움에 힘들어 하는 소식을 영상통화로만 보다가 두 아이가 서로 의지하며 코로나19까지 다 견뎌내고 나서야...
상하이에 와서 중국어도 잘 못하고 길도 낯설고 하니 운전은 엄두도 못 냈다. 일 년이 지나 아이가 칭푸로 학교로 옮기게 되면서 스쿨버스를 태우기 위해 푸동 시내까지 아이를 뎬동처(电动车)로 매일 데려다 주어야 했다. 비 오는 날 디디(滴滴)를 불렀는데 너무 안 잡혔다. 도착하니 눈앞에서 스쿨버스가 떠나고 있었다. 운전사에게 앞 차를 쫓아가달라고 다급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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