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든 부모가 그렇듯 나도 금지옥엽 자식에게 특별한 사랑을 갖고 있다. 하지만 사랑하고 관심을 둔다고 해서 자식을 모두 안다고 말할 수 있을까? 17년 키운 딸아이가 어느 날 생소하고 낯설어 보인 적이 있다. 그 아이는 사춘기였고 나는 평생 워킹맘으로 살다가 잠시 휴직하고 난생 처음 딸아이와 24시간을 함께 보내던 시기였다. 딸의 일거수일투족이 이해가 가지 않아 매일매일 목에 핏대를 올리며 잔소리하던 어느 날, 엄마가 혼을 내도 딸아이가 무서워하거나 반응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큰 충격에 빠졌다.
저 아이는 대체 어떤 사람일까? 내가 낳고 키웠지만 전혀 모르겠다는 생각에 두려웠다. 그래서 심리학 책을 읽고, 성경책까지 펼쳐보다가 만난 것이 명리학이다. 마침, 그 시절 나는 고미숙 작가에 빠져 있었고 고 작가님의 모든 책을 찾아 읽었는데 작가에 대한 신뢰를 기반으로 명리에 의심 없이 심취했다. 어느덧 명리를 공부한 지 5년이 되었다. 명리를 통해 나를 정확히 알고, 내가 사랑하는 이들을 이해하고, 함께 일하는 많은 사람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되면서 삶에도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오늘은 내 삶에 긍정적 변화를 가져온 명리를 알릴 겸 좀 별스러운 책을 소개해 볼까 한다. <명리 나를 지키는 무기>라는 제목의 명리학 서적이다. 이 책은 명리학의 3대 고서라 불리우는 적천수, 자평진전, 난강망 만큼 오래되고 보편적인 동양학 고전은 아니다. 이 책의 작가는 문예창작과를 졸업하고 평범하게 대기업 홍보팀에서 일하던 사람으로, 결혼 후 이혼의 위기로 여러 번 철학관을 찾았다가 우연히 명리학자 강헌 선생을 만나 운명적으로 명리를 공부하고 책까지 쓰게 되었다고 한다. 명리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상세히 쓰여 있어 명리에 관심이 있거나 공부를 해보고 싶은 사람에게 찰떡같이 좋은 입문서다.
사주 명리는 알게 모르게 우리 생활 전반에 가까이 있다. ‘나 사주 보러 갔다 왔어’, ‘점 보러 갔는데 재물복이 없대’, ‘연말이니까 신년 운세 좀 볼까?’ 등 익숙하게 주고받던 말이다. 다만 저잣거리의 미신처럼, 마치 무당이 점사 보듯, 사주 명리에 대해 오해가 깊은 것 같아 안타깝다. 이 책의 저자도 미신과 잡술이라는 편견에 얼룩져 있는 명리학을 양지로 끌어올리고 싶어 명리학자로서 최선을 다한다고 한다.
명리의 기본은 원국의 ‘사주팔자’다. ‘사주팔자’란 ‘네 개의 기둥(기둥 柱)과 여덟 개의 글자’를 뜻하며 생년월일과 시간의 조합으로 여덟 개의 글자가 정해진다. 이렇게 운명처럼 정해진 여덟 글자의 해석을 통해 사람의 기본 성향과 삶의 형태, 의사결정 방향성 등을 유추할 수 있는데, 재미있는 사실은 모든 사람들이 마치 바코드처럼 태어나면서 부여받은 여덟 글자의 보편적 해석 그대로 살아가고 있지는 않다고 한다. 이는 사람마다 대운, 세운이 다르며 다른 환경에 놓이기도 하고(다른 부모 밑에서 성장한다거나) 자신을 깊게 알고 이해하는 만큼 운명을 개척하려는 의지가 적극 발동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 책의 기본 편에서 오행을 기반으로 한 일간, 일지, 십성의 해석 방법을, 중급편에서는 원국의 합, 충, 형, 용신 그리고 대세운에 관한 통변 방법을 자세히 기술하면서 나와 타인을 이해하는 하나의 도구로서 명리를 잘 활용하도록 안내하고 있다. 작가의 표현처럼 ‘언제 나아가고 언제 멈출지를 아는 것’만큼 멋지고 현명한 삶의 대처 방식이 또 있을까 싶다. 운명을 뛰어넘고 지혜롭게 살고자 하는 분들은 가볍게 한 번 읽어 보시기 바란다.
최인옥
외국에 살다 보니 필요한 책들을 구하기가 쉽지 않아 이 문제를 함께 해결하고자 책벼룩시장방이 위챗에 둥지를 틀었습니다. 그리고 2017년 9월부터 한 주도 빼놓지 않고 화요일마다 책 소개 릴레이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아이의 엄마로, 문화의 소비자로만 사는 데 머무르지 않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온 여성들의 이야기를 상하이 교민 여러분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