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막히게 더운 날이었다. 오락가락하던 비가 몰고 온 무거운 습기 탓에, 가만히 있어도 열기가 몸을 휘감았다. 남편이 옆에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답답했다. 말없이 숨을 고르고 있을 뿐인데, 마치 계절을 거슬러 튀어나온 난로 같았다. 이 여름에, 더운 기운을 뿜어내는 우리는 서로를 지치게 하는 존재 같았다. 더위에 많은 것들이 쉽게 상한다. 복숭아나...
오피니언
지난 8월 4일에 유명 사학자인 쉬줘윈(许倬云) 선생의 타계 소식이 중국 문화계에 크게 보도되면서 연일 추모와 애도의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 혼란스러운 세상을 대하며 방향을 잃은 중국 젊은이들에게 겸허하고 진솔한 인생 경험 공유와 따뜻한 충고로 이 시대 든든한 큰 어른으로 인식되던 인물에 대한 존경심과 애통함의 현장이었다. 한 치 앞을 예상할 수...
세월의 풍파, 다시 등장한 ‘왕숴’ 얼마 전 새 장편소설로 18년 만에 취재에 응한 왕숴(王朔)를 보는 순간, 무상한 세월의 흐름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올해 67세의 왕숴는 어느덧 따뜻하고 여유로운 미소를 지을 줄 아는 온화한 노인이 되어 있었다. 과거 검증을 거치지 않은 자극적인 기사를 함부로 써내는 기자들을 향해 그 거침없는 입담으로 삿대질하며...
프로 바둑기사들과 바둑 전문가 36명을 집중 취재한 장강명의 르포르타주 <먼저 온 미래>는 알파고 이후 달라진 바둑계의 풍경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알파고 이전의 <정석>은 바둑의 ‘기풍’과 함께 폐기되었고,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던 AI의 포석은 이제 누구나 공부해야 하는 교본이 되었다. 이제 AI로 ‘돌려보지’ 않는 기사는 바둑을 포기한 거나 다름없어졌다. 바둑 AI를...
이틀 후 송파대합창단 자격으로 대학생 두 딸과 함께 광복 80주년 기념 합창공연을 한다. 광복 50주년까지 들었는데 벌써 80주년이라고 해서 내가 한국을 떠나 산 세월을 실감할 수 있었다. 20대 후반 아들도 같이 하자고 했으나 도무지 넘어오질 않았다. 8월 14일 목요일 오전 공연이라 어차피 회사원인 아들은 참가할 수 없는 시간이었다. 아들은...
무더위가 이어지던 지난 8월 2일, 화동조선족주말학교 교사연수회가 교사, 귀빈, 어린이 약 40명이 참가한 가운데 저장성 닝보시 교외에 위치한 ‘상전주제사슴원(尚田主题鹿园)’에서 성공적으로 열렸다. ‘우리 말, 글 전승은 우리의 사명’을 슬로건으로 한 이번 연수회는 조선족 주말학교에서 가르치게 될 고유 언어와 문화를 비롯해 AI 수업 도구 활용, 종이접기 등 다양한 교육 주제를 다뤘다....
닝보 쓰밍산(宁波四明山), 항저우 다밍산(杭州大明山), 통루 마링구다오(桐庐马玲古道), 더칭 장공구다오(德清蒋公古道), 주지 우셰(诸暨五泄)…. “한 여름에 산행을 어떻게 해요?”라고 질문하는 사람도 있지만, 여름날에 산행이 얼마나 힐링이 되는지 알려주고 싶다. 사막에는 오아시스가 있어 매력이 있다면, 산에는 무더위를 날려주는 계곡이 있어서 매력이 있다. 무더위에 길 떠나는 일은 용기가 필요하지만, 계곡물소리와 시원한 바람이 주는 상쾌함과 폭포수의...
국민학교 졸업식 날, 교감 선생님께서는 졸업 선물이라며 이런 말씀을 해주셨다. 사람이면 다 사람이냐, 사람이 사람다워야 사람이지. 짐승이 되지 말고 진짜 사람이 되어라. 어린 마음에 알쏭달쏭하면서도 멋진 말이라는 생각이 들어 여러 번 읊조리며 가슴에 새겨두었다. 이 말이 맹자의 가르침임을 다 커서야 알게 되었는데, 사람으로 태어나 인의(仁義)를 실천하고 선한 본성을 지켜갈...
봄부터 초여름에 비염으로 인하여 자주 코피가 나는 경우 있다. 잠깐 코피나고 멈추는 경우도 있지만 반복해서 나는 경우는 원인을 찾아야 하며 치료가 필요하다. 코피는 발생하는 위치에 따라 전방 비출혈과 후방 비출혈로 나뉜다. 전방 비출혈은 코 앞쪽 모세혈관 출혈에 의해 발생하는 경미한 코피로 대부분 쉽게 출혈이 멈춘다. 비강 내 깊은 위치에서...
상하이에서 아플 때는 몸이든 마음이든 그냥 아픈 게 아니라, 몇 배로 부담스러워진다. 한국에서 시도하던 적절한 해법들이 막혀, 결국 나 혼자 감당해야 하는 문제로 새롭게 경험된다. 언어, 환경, 비용, 기대치가 얽혀 묵직하게 몰려온다. 아프더라도 한국에 가서 아파야 하는데. 그때 다 수술해 놓고 올 걸. 여기선 그냥 참고 살아 보자. 상담을...
